반핵동향

밀양 송전탑 ‘일단 멈춤’… 주민·한전, 국회 중재안 합의

밀양 송전탑 ‘일단 멈춤’… 주민·한전, 국회 중재안 합의

 

구혜영·박영환 기자 koohy@kyunghyang.com

 

ㆍ보상 확대·안전 확보 평행선… 40일 내 대안 마련엔 의문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싸고 충돌을 빚어온 한국전력공사와 주민들이 29일 향후 40일간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한전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공사 중단 기간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고 양측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공사 강행에 따른 충돌을 일단 멈추긴 했지만 접점을 찾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이날 통상·에너지소위원회를 열고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전문가협의체 구성안’을 발표했다. 이날 소위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환익 한전 사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 주민 대표들이 참석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통상·에너지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조경태 의원(왼쪽)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소위 회의에서 정부와 지역 주민이 서명한 밀양 송전탑 공사 중재안을 펼쳐 보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소위는 “국회 산업위와 산업부는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40일 동안 활동하고 이 기간에는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중단한다는 중재안에 양측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협의체는 한전 추천 3명, 대책위 추천 3명, 여야 추천 3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전문가협의체는 검토 결과가 마련되는 대로 국회 산업위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전과 대책위는 산업위가 권고하는 해결 방안을 따르기로 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문제는 지난 8년간 ‘뜨거운’ 사회적 이슈였다.

안정적인 전기 수급을 주장해온 한전 측과 건강권과 재산권이 우선이라는 주민들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북경남변전소로 송전하기 위한 송전탑과 송전선로 건설사업이다. 이 공사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2005년부터 8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한 주민이 분신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중단됐던 공사가 지난 20일 재개되면서 갈등이 다시 표면화됐다. 주민들은 물리적 저지에 나섰고 한전은 경찰 병력을 동원하면서 충돌이 10일째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 20여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밀양 송전탑 사태가 악화되자 급기야 국회가 중재에 나섰다.

지난 24일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데 이어, 이날 공사 잠정중단에 합의한 것이다.

전문가협의체는 40일 안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재안에 따르면 이들은 우회송전 가능성, 송전선 지중화 등 모든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40일의 연구로 8년간 이어진 갈등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한전 측과 주민들의 입장 차에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결부돼 있어 갈등의 골이 깊다.

해법을 두고도 정부와 주민들은 각각 ‘보상 확대’와 ‘안전 확보’로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지난 22일 당정 협의에서 송·변전 시설 주변지역 보상과 지원 관련 법률안을 6월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대책위는 경제적 보상뿐 아니라 고압 송전탑 사고나 송전선에서 배출되는 전자파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대안으로 제기된 고압 송전선의 지중화는 지역 주민들의 공통된 요구 사항이다. 반면 한전은 “밀양지역 765㎸의 송전선 전압을 345㎸로 낮춰 지중화해도 공사기간이 10년 이상, 비용은 약 2조7000억원이 소요된다”며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