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반핵의사회) 창립 선언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안전하고 깨끗한’ 핵에너지라는 신화를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고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와 땅, 물로 퍼져나갔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한 세대가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물질에 평범한 사람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 지역 인근에서 살던 아이들은 엄청난 양의 방사선에 노출됐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최소한 수십 년 동안 이 끔찍한 사고의 결과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의사이기 이전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이 엄청난 비극 앞에 할 말을 잃습니다.

양심있는 과학자로서, 우리는 모든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선도 치명적인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2006년 연구 발표를 신뢰하고 지지를 보냅니다. 1 적은 양의 방사선이 몸에 이롭다는 얘기는 지어낸 얘기일 뿐입니다.

따라서 의사로서, 우리는 방사능 물질을 만들어 내는 모든 일들이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 모든 연구자들에게 핵에너지 사용을 당장 중단할 것을 권유하고 요구합니다.

첫째, 모든 핵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가 보여 주듯이 핵발전은 근본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인류가 가진 어떤 기술로도 폭주하기 시작한 이 불길을 잠재울 수 없었습니다. 자연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이 불길을 식히겠지만 그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생명이 재로 변할 것입니다.

핵발전은 위험할 뿐 아니라 경제적이지도 않습니다. 이 사실은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몇몇 유럽 정부들과 심지어 보수적인 언론들조차 이를 일부 인정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에 쏟아 붓는 엄청난 돈을 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으로 전환하면 우리는 방사능과 기후변화가 앗아갈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환이 대대적으로 이뤄진다면 오늘날 사람들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실업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 모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해야 합니다. 2 특히 전 세계에서 핵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개발한 미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이 먼저 당장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 개발을 중단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1970년대뿐 아니라 지난 2004년에도 한국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통해 핵무기 기술을 개발해 왔다는 사실을 지적받은 바 있습니다. 3

셋째, 인류는 핵에너지를 이용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의사로서 우리는 이런 기술들이 앞으로도 한동안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이용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지금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며 경쟁적으로 벌이는 핵 개발과 연구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전체 핵에너지 이용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진단용 치료용 방사선도 아주 조심스럽게 이용돼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앞서 지적한대로 이런 방사선도 인체에 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일부 의료기관들의 무분별한 방사선 남용은 중단돼야 합니다. 방사선사용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피폭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들을 마련한 상태에서만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방사선사용조차 대체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대합니다. 핵에너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핵에너지 개발, 유지에 사용되는 재원을 대체 기술에 투자하고 연구를 지원한다면 이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은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과학자로서, 무엇보다 양심적인 세계 시민의 일부로서 핵에너지의 사용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필요한 모든 일에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 반핵 운동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합시다.

2011년 1월 29일
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반핵의사회) 창립회원 일동

Notes:

  1.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BEIR VII phase 2 Report를 참고하십시오.
  2. 각국의 핵무기 보유 현황은 조사 기관별로 크게 차이가 나고 각국의 안보 정책 때문에 정확한 수를 확인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렵지만 Bulletin of Atomic Scientists 등에서 공개된 핵무기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통계를 보면 당장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러시아가 2천4백30기, 미국이 1천9백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tp://bos.sagepub.com/
  3. IAEA가 2004년 11월에 발표한 보고서Implementation of the NPT Safeguards Agreement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참고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