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원전 사태, ‘전력 대란’보다 ‘안전’이 더 문제 ‘냉각 시스템’ 가동에 필수 부품 성적서 위조, 후쿠시마 사태 재현될 수도

원전 사태, ‘전력 대란’보다 ‘안전’이 더 문제

2013-05-29 14:58 | CBS노컷뉴스 이희진 기자

 

‘불량 부품이 쓰인 사실이 드러나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한꺼번에 멈췄다’는 소식이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국내 전력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나 되다 보니 ‘올여름 블랙아웃’, ‘여름철 전력 대란’ 등의 표현이 관련 기사 제목을 장식하고 있다.

◈ 문제는 전력 부족이 아니라 안전!

전력이 부족하면 아끼고 덜 쓰면서, 한여름 찜통더위도 냉방기 없이 견디면 된다.

정말 끔찍하게 우려되는 건 전력 부족이 아니라 안전 문제다.

이번에 불량으로 드러난 제어케이블은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그야말로 ‘핵심’ 부품이다.

제어케이블은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냉각 시스템을 가동하도록 신호를 보내 주는 역할을 한다.

2011년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도 사고로 가동이 중단됐는데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그런데 한참 가동 중인 우리 원전에 쓰인 제어케이블이 불량인 것으로 드러났으니 정말 아찔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 이번 성적서 위조가 더 악성인 이유

불량 부품과 납품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부품 납품 업체들이 결탁해 금품을 주고받으며 원전에 불량 부품이 쓰이게 하고, 중고 부품을 새것으로 둔갑시키는 짓들이 수시로 자행된다.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간부 등 한수원 직원 무려 20여 명이 납품 비리로 무더기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불량 제어케이블 건은 그 심각성이 한층 더하다.

불량 제어케이블을 버젓이 합격시킨 곳이 바로 원전 부품 검증을 맡은 국내 시험기관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시험기관이 캐나다 기관에 제어케이블 검증을 의뢰했는데 불량이 나오자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합격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29일 자 중앙일보 사설이 잘 지적한 것처럼 ‘도둑을 잡으랬더니 직접 도둑질에 나선 꼴’이다.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원전 마피아에 한수원과 부품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부품을 검증하는 시험기관까지 가세한 게 드러났으니 기가 찰 일이다.

한겨레는 29일 자 1면 톱으로 <원전 신뢰 완전히 무너졌다>는 기사를 올렸고, <불량 부품으로 가동되는 부실 원전>이라는 사설로 위태위태한 국내 원전 안전 실태를 개탄했다.

◈ 밀양 송전탑 공사로까지 불똥

이번에 드러난 불량 제어케이블이 사용된 원전은 신고리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다.

이 가운데 신고리 3호기는 오는 12월부터 상업운전이 본격화할 예정인데,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을 실어나르기 위해 건설되는 게 바로 밀양 송전탑이다.

그런데 신고리 3호기 안전에 필수적인 부품이 불량으로 드러났으니, 당장 이 문제부터 철저하게 점검하고 우려를 해소하는 게 발등의 불이 됐다.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제어케이블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원전 운영기관과 부품 검증기관, 부품 납품업체가 한통속인 게 확인된 만큼 ‘드러나지 않은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극명하게 보여 준 대로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부를 수 있는 원전 안전 문제, 온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