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인터뷰>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

<인터뷰>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

 

“주민합의 없는 송전탑공사 중단, 전문가협의체 구성해야”

(밀양=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고령의 어르신들이 목숨도 내놓겠다며 밧줄까지 걸어뒀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이계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 20일 한전이 공사를 재개한 이후 주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한전은 즉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22일 강조했다.

그는 공사 반대 농성에 나선 주민들의 피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전이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송전탑 사태가 왜 이렇게 오래 끈다고 보나.

▲밀양 송전탑 건설 계획이 수립된 2005년부터 따지면 햇수로 9년째다. 주민들은 그간 송전선로 백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금 한전은 ‘주민 측과는 대화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한전은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진정으로 주민을 끌어안으려고 하지 않았다.

한전이 최근 ‘보상안’을 내놨지만 결국 765㎸ 송전탑을 세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지 않았나? 주민들은 수년간의 대화가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한전은 겉으로는 대화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찬성-반대 주민들을 이간질하는 행동도 계속했다.

한전이 주민과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진정성 있게 대화에 임하지 않는다면 밀양 송전탑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765㎸ 송전탑 건설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는.

▲765㎸(76만5천볼트)의 고압 송전선로가 세워지면 발암 가능물질이 생성돼 주민 건강권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 농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100m가 넘는 철탑으로 인한 심리적 위압감, 경관 훼손 등 피해도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철탑이 있는 몇몇 지역을 방문해봤는데 전력 수송시 나는 기계음으로 말미암은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주민 재산권이 ‘제로’가 된다는 것도 문제다. 주민들이 765㎸에서 345㎸로 전압을 낮추고 지중화하라는 등의 대안을 낸 이유다.

–공사 재개 이후 주민-한전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송전탑 반대) 활동가들은 어르신들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걱정스럽고 무섭다.

목숨까지 내놓고, 병원에 실려가고, 맨땅에 드러눕고…. 아무런 죄 없는 어르신들이 현장에서 가장 큰 고통을 떠안고 있다.

이런데도 한전 측은 연말에 완공될 신고리 3호기의 전기를 공급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을 어르신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신고리 3호기가 국내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 765㎸ 송전탑을 세우지 않더라도 신고리 3호기 전기는 기존 송전선로의 용량을 높여 보낼 수도 있다. 전력난을 핑계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현 상황에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전이 즉각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합의 없는 공사 강행에 주민들은 말 그대로 목숨 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한전은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주민 측이 선임한 대표 3명, 한전 측 대표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 모든 자료를 공유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는 전문가 협의체에서 나온 결과를 수용할 것이다.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