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밀양 할머니들 “우리가 쇠사슬까지 묶은 이유는…”

밀양 할머니들 “우리가 쇠사슬까지 묶은 이유는…”

 2013-05-22 10:11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계삼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시위중인 할머니(익명)

송전탑을 세우느냐, 마느냐를 두고 벌써 8년째 갈등을 하고 있는 곳 밀양. 한전 측이 포크레인 앞세워서 공사 재개하겠다고 나선 게 지난 월요일입니다. 주민들은 절대 안 된다면서 유서 써놓고 쇠사슬로 몸 묶고 옷까지 벗어던지면서 지금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데요. 이분들 대부분이 7, 80대 어르신들이어서 쓰러지는 분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그 현장 연결을 해 보죠. 밀양 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 현장은 계속 대치중인가요?

◆ 이계삼> 오늘도 방금 가두리라는 곳에서 어떤 할머님 두 분이 새벽 4시에 20여 명 할머니들이 들어가셨는데, 방금 전에 싸우시다가 두 분이 지금 또 쓰러지셔서 119를 지금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까지 총 부상자가 몇 명이 나왔습니까?

◆ 이계삼> 두 분까지 합치면 8명입니다.

◇ 김현정> 아니, 중간에 지금 경찰들이 한 500여 명 완충지대 만들어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충돌이 있는 거예요?

◆ 이계삼> 경찰이 질서유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오셨는데요. 진입로를 차단을 하고 있다 보니까 주민들은 지금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시잖아요. 그러면서 계속 부딪침도 생기고 경찰은 주민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앞에서 막고 뒤에서 인부들이 공사를 하다 보니까 주민들이 질서유지를 위해서 오신 게 아니라 경찰이. 한국전력 인부 분들 경비를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까지 지금 비난들이 쭉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공사가 계속 진행 중입니까? 중간에 중단했다고 들었는데.

◆ 이계삼> 아닙니다. 지금 계속 진입로 쪽에서 주민들과 갈등이 있고 안쪽에서는 공사를 하고 있고 또 주민들은 뚫고 들어가서 포크레인 안으로 들어가고 그러면서 일부 중단을 시키고 그러고 있는 중입니다.

◇ 김현정> 지금 밀양 뉴스가 많이 나왔습니다만 지금 최고 핵심적인 문제는 건강권 부분인가요?

◆ 이계삼> 건강문제도 있고요. 주민들의 재산권의 문제, 이런 부분들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765㎸송전탑 같은 경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압송전탑이 154㎸라고 15만 4000볼트짜리인데요. 이것은 76만 5000이거든요. 곱하기 5를 하면 되는데, 실제로 수송되는 전류의 양은 18배 정도 된다고 해요. 굉장한 고용량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경우고 대부분은 산업용이나 장거리로 이렇게 보내는 용인데 어떻게 된 게 밀양 구간에서는 인가 아주 가까이에 들어가 있어요. 마을을 뚫고 지나가고, 학교 옆을 지나가고 논밭을 지나가고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 김현정> 그런 경우가 상당히 드물다는 거군요?

◆ 이계삼> 네, 그래서 주민들이 땅을 담보로 해서 자녀분들 결혼을 시키려고 담보대출 신청을 하면 이게 담보가 반려가 됩니다, 대출이. 재산권 행사가 금지가 되고 이게 주민들이 큰 공포를 느끼고 있는 거예요. 평생 일구어온 땅인데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는. 그리고 말씀하신 건강의 문제도 이게 탑신이 140m까지 갑니다. 그러다 보니까 건물 45층 되는 큰 탑을 머리에 이고, 늘 눈만 뜨면 보이는 곳에 두고 사시는 거예요.

◇ 김현정> 45층짜리 송전탑이 농촌마을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봐라, 이런 말씀이세요.

◆ 이계삼> 그러니까 경관 피해, 심리적인 위압감, 또 날씨가 흐릴 때는 기계음이 아주 크게 난다고 그래요. 그래서 저희가 답사를 다녀 보니까 실제로 설치된 지역에 주민들이 밤에 잘 못 주무신다, 신경을 갉아먹는 것 같다, 이런 증언들을 하시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한전 측 주장은 ‘암 유발하지 않는다, 지하에 변전소 설치된 곳 위에다가 한전직원들 집 짓고 살아도 멀쩡하다’ 이런 얘기하고, 또 보상은 충분히 해 주겠다는 이야기도 하는데요?

◆ 이계삼> 좀 안타까운 얘기인데요. 건강의 문제는 무해하다는 게 입증된 게 아니고요. 유해한지, 무해한지 제대로 된,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런 추적까지 포함하는 역학조사가 제대로 시행된 게 없어서 그런 거예요. 실제로 저희가 다녀보면 송전선로 경과지, 기존에 설치돼 있는 지역에서 암 환자가 많이 늘었다는 얘기는 한 결 같이 하시거든요. 조사가 없던 것이지 지금 무해함이 입증된 게 아니에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사무국장님, 밀양 갈등이 워낙 오래 지금 지속이 되고 있는데, 이렇게 오래 갈등 지속되면 극단적으로 가기가 쉽단 말입니다. 그래서 걱정인데 특히 7, 80대 어르신이 대부분이세요. 저는 시위하는 모습 보면서 깜짝 놀란 게, 쇠사슬이 나오고 탈의하면서 울부짖는 할머님들 보면서 참 이게 많이 충격적이기도 하고 걱정도 됐어요.

◆ 이계삼> 그러게 말입니다.

◇ 김현정> 혹시 국장님, 지금 주변에 시위하고 계신 할머님이 한 분 계시면 잠깐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 이계삼> 네, 그러겠습니다. 잠깐 옆에 할머니 한 분이 계시거든요. 바꿔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할머님?

◆ OOO> 네.

◇ 김현정> 할머님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OOO> 80이요.

◇ 김현정> 밀양에서는 몇 년 사셨어요?

◆ OOO> 밀양에서는 18세에 시집 와서 여태까지 살았으니까.

◇ 김현정> 지금 시위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천막에 계속 계시는 거예요?

◆ OOO> 네. 지금 3년째 천막에서 살아요.

◇ 김현정> 아니, 주변에서 그런 얘기 안 합니까. 도대체 여든이나 되신 할머님께서 뭐 때문에 그렇게 천막에서 쇠사슬 묶어가면서 왜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반대하시느냐.

◆ OOO> 나는 이 늙은이가 옛날에 시집을 왔을 때 시할아버지 계셨거든요. 그때 어른 분이 하는 말이 고향을 지켜라, 하셔서 내가 ‘예’하고 했어요. 그 후로 끝끝내 내가 고향을 지키고 살아야 되겠구나 싶어서. 그래서 할아버지 가실 때 ‘할아버지 저도 고향 잘 지킬게요.’ 라고 약속을 했어요.

◇ 김현정> 시할아버지께서 고향 잘 지켜라 하셔서, 잘 지키겠습니다. 하셨던 그 약속 때문에?

◆ OOO> 그 약속을 했는데 이렇게 철탑이 들어온다고 생각 안 했죠, 그때는. 어른들이 고향을 잘 지켜서 자녀한테 물려줬는데, 난들 못 지키겠나. 여기 잘 지킬게요. 그래서 이러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할머님. 잠깐 제가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여쭈었고요. 다시 사무국장님 좀 바꿔주시겠어요? 사무국장님, 이 노인 분들이 언제까지 이러고 계시겠어요? 협상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절충점을 찾아야 되잖아요.

◆ 이계삼> 맞습니다.

◇ 김현정> 절충점, 어디까지 생각하세요?

◆ 이계삼> 지금 한국전력은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 전력을 빨리 개통을 시켜야 된다고 얘기하는데요. 밀양송전선로를 건설하더라도 사실은 내년 1월까지는 아마 되어야 이게 개통이 가능한 거예요.

이렇게 지금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서두르지 말고 지금 신고리 발전소를 지나가는 단선송전선로가 있어요. 하나는 울산으로 가고 하나는 부산으로 들어가는. 거기와 신고리를 연결을 시켜서 먼저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쪽으로 개통을 시키고 밀양구간은 저희들이 제시했던 세 가지 지중화의 제안이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땅 밑으로 지나가게 해라. 그냥 안된다는 건 아니고 땅 밑으로 가게 해라, 이거죠?

◆ 이계삼> 네.

◇ 김현정> 그런데 한전은 그게 10년이나 걸린다고 하던데요. 현실 불가능하다.

◆ 이계삼> 네, 그러니까 신고리 핵발전소 5호기, 6호기는 아직 착공도 못했습니다. 그러면 10년 정도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 사이에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적인 어떤 혁신들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좀 장기적으로 밀양구간을 지중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그게 저희들의 대안이고요. 그걸 것들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좀 하자. 한전은 계속 안 된다고 얘기를 하니까 전문가들의 자료를 내놓고 의논을 해 보자, 그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땅 밑으로 심는 기술이 10년 걸린다면 10년간 대화를 해 보자, 이런 말씀. 저희가 한전측의 입장도 듣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마는 한전 측에서는 거절해 왔다는 것 여러분께 알리면서,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것은 우리 국장님이 나서서라도 말려주시기 바랍니다.

◆ 이계삼> 저희들도 굉장히 노심초사하고 있고요. 온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께도 자제를 계속 호소를 하고 있는데요. 어르신들도 지금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해하시고 지금 분노가 많이 차 있으세요. 그동안 당했던 이 모멸감이나.

◇ 김현정> 8년이나 됐으니까요.

◆ 이계삼> 그런 것들이 쌓여서 나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된다, 이런 것이어서 저희들도 늘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빨리 공사가 중단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