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영화 ‘온화한 일상’, 방사능 피해 쉬쉬하는 사회에 ‘돌직구’ 방사능 피해 대응하는 일본인들 상반된 모습 담아

영화 ‘온화한 일상’, 방사능 피해 쉬쉬하는 사회에 ‘돌직구’
방사능 피해 대응하는
일본인들 상반된 모습 담아

▲ 딸 키요미가 방사능 노출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마스크를 씌워주는 사에코.

 

2011년 3월 11일. 일본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강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연이어 터지며 1만900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지금도 15만 명이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대재앙이라 불리며 국제사회를 들썩이게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일본 사회는 무척 ‘조용’했다. 어려울 때 도와야 한다며 방사능 피해를 입은 지역의 농·수산물을 먹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영화 ‘온화한 일상’은 방사능 피해에 대응하는 일본인들의 상반된 모습을 담았다.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사는 두 여성 사에코(스기노 기키)와 유카코(시노하라 유키코)는 방사능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웃 사람들에게 마스크 쓰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불안을 조장한다. 방사능 노이로제 환자 같다”고 윽박지른다. 작품은 과학적 근거로 객관적인 목소리를 내고도 손가락질 받는 사에코, 유카코 편에 서서 일본 사회의 집단적 침묵을 고발한다.

 

▲ 김혜정(왼쪽)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과 주연배우 겸 제작자 스기노 기키(가운데)가 12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열린 영화 ‘온화한 일상’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환경영화제

 

영화는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그린 파노라마 beyond-후쿠시마, 그날 이후’ 섹션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12일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과 주연배우 겸 제작자 스기노 기키가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가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이들은 영화를 감상한 후 반핵·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현재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기노 기키는 “현재도 후쿠시마산 생선을 마트에서 팔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므로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사서 먹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영화 제작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투자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영화 제작·투자사는 ‘금기시되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지 마라’는 말을 대놓고 했다”고 토로했다.

영화 제작 동기에 대해선 “2011년 6월 우치다 노부테루 감독이 영화를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당시 원전 사고가 난 지 3개월 지났지만 사람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쉬쉬 하며 살았다. 아이러니했다. 방사능 노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뜬소문 퍼트린다며 억압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영화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는 혼란을 가중시켰다. 스기노 기키는 “원자력이나 방사능과 관련한 어려운 개념이 쏟아졌고, 결정적으로 방사능 노출로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충분한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급도 녹록지 않았다. 국제영화제에 이따금 초대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10여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됐다. 스기노 기키는 “관객 대부분은 방사능 노출의 심각성을 느낀 부모들”이라며 “앞으로 20여 개 상영관에서 추가 개봉이 이뤄질 예정이다. 방사능 피해에 대해 알리는 그분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는 24일 개막하는 제3회 부산반핵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상영되며 DVD는 내년에 판매될 예정이다. 부산반핵영화제 문의 051-633-4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