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원전 방사능 누출 대비 ‘비상계획구역’, 미국은 반경 80㎞, 한국은 고작 10㎞

원전 방사능 누출 대비 ‘비상계획구역’, 미국은 반경 80㎞, 한국은 고작 10㎞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ㆍ전북, 정부에 30㎞로 확대 요구

미국은 원자력발전소로부터 80㎞ 반경 이내를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비상계획구역 안에서는 방사능 누출을 대비해 대피장소를 갖춰놓고 있다. 주민들은 방독면과 방호물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다. 헝가리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도 최소 반경 30㎞를 비상계획구역으로 정해 관리 중이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잦은 가동중단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방사능 비상계획구역은 반경 10㎞로 규정돼 있다. 이를 바로잡아달라며 원자력발전소 접경지역인 전북도가 나섰다.

전북도는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사고에 대비해 반경 10㎞로 규정된 방사능 비상계획구역을 30㎞까지 확대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12일 밝혔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비단 영광 원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들이 방사능 비상계획구역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게 설정해 놓고 있다”면서 “최근 방사능 유출사고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비상계획구역 확대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대로라면 영광 원전 인접지역인 전북권에서 반경 10㎞ 방사능 비상계획구역에 속하는 지역은 고창군 공음·상하·해리면 등 3개 지역에 불과하다. 방사능이 유출되면 빠른 시간 안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책이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비상계획구역이 30㎞까지 확대되면 성내면을 제외한 고창군 13개 읍·면 전 지역과 진서·줄포·변산 등 부안군 4개 면이 방사능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돼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가동국에 방사능 비상계획구역을 예방적 보호조치구역(반경0~5㎞)과 긴급보호조치 계획구역(반경 5~30㎞), 음식제한계획구역(반경 50~300㎞) 등 3단계로 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방사능 유출사고에 대비한 비상계획구역을 반경 10㎞ 이내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인접 지자체에 민간환경감시기구를 두는 방안도 건의했다. 전북도는 영광지역 민간환경감시기구로부터 원전에 대한 감사결과 등을 통보받는 데 그치고 있다. 전북지역에 자체 감시기구를 둬 원전사고 피해예방을 위해 실시간 감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전북모임’은 이날 성명에서 “영광범군민대책위원회는 뚜렷한 안전대책 마련 없이 정부 측의 전력대란 협박에 못이겨 미검증 부품을 사용한 영광 5, 6호기 가동을 승인했다”면서 “민·관 합동조사위원회 구성에도 주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했으나 묵살됐다”고 밝혔다.

이 모임 관계자는 “최근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영광범대위는 애초부터 한수원과 정부의 조치에 대해 대응할 능력과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