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기고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곤란하다

[기고]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곤란하다

박종권 마창진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 webmaster@idomin.com

 

박근혜 대통령의 5월 방미 중 주요 업무 중의 하나는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요구이다.

한미원자력협정의 정식명칭은 ‘원자력 민간 이용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이다. 1973년에 발효되었고 2014년 3월 19일에 만료된다. 핵심 내용은 제8조의 ‘미국의 승인 없이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못한다’는 것이다.

한미원자력 협정은 한국의 핵무장 우려 때문에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재처리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고 플루토늄은 핵무기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재처리는 핵무기 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핵연료의 재활용이라고 하지만 미국은 이를 믿지 않는다.

미국의 처지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한국까지 핵을 가지게 되면 핵비확산 정책에 일관성을 잃게 되고 북한의 핵개발 저지 명분 또한 약화할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중동 국가들의 비슷한 요구 시에도 거절할 명분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플루토늄을 4만㎏ 이상 보유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1만 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플루토늄 3㎏이면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프랑스로부터 재처리된 플루토늄 900㎏을 운반받을 예정이고 미국은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고 한국이 강력하게 재처리를 요구하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한국이 요구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은 아직 실험실에서 연구 중인 재처리의 한 방식일 뿐이다. 한국은 파이로 프로세싱이 재처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으로는 분명히 재처리로 평가하고 있다.

재처리 공장은 상업화가 된 곳이 전 세계에서 한 곳도 없다. 일본은 롯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2006년 완공예정이었으나 19회 연기되었고 건설 비용은 애초 7조 원에서 24조 원으로 늘어났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고의 건설비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1미터 앞에서 17초만 쬐면 한 달 내 100% 사망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반감기가 2만 4000년이며 이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국가가 아직 없을 정도로 그 처리는 어렵고 위험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핀란드가 올킬루오토 폐기물 처분장을 지하 500미터 암반을 파고 내려가 또 옆으로 2㎞ 터널을 파서 매장할 계획으로 현재 건설 중이다. 매장 후 10만 년간 관리할 계획이다. 미국은 30년간 추진되던 네바다 사막의 유카산 최종 처분장 논의가 오바마 정부 초기 핵폐기물의 이동에 따른 위험, 10만 년 전에 이곳에 지하수가 흘렀다는 흔적의 발견,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우리나라의 23기 원전에서 배출한 사용 후 핵연료는 1만 2000톤에 달한다. 또 매년 700톤의 핵폐기물이 나온다. 원전 부지 수조에 임시 보관하고 있는데 2016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올해 중 중간 저장시설을 건설하든지 영구 처분 또는 재처리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아니면 핵폐기물을 보관할 곳이 없어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이렇게 위험하고 어려운 핵발전소 신규 건설은 중단하고 이미 발생한 핵폐기물은 국민적 합의를 통하여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떠한 방법을 선택하든지 핵무장 의혹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