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원자력안전위 “무늬만 독립”…”위상은 격하” 안전성 강조한 박근혜정부 “MB정부보다 후퇴”

원자력안전위 “무늬만 독립”…”위상은 격하”
안전성 강조한 박근혜정부 “MB정부보다 후퇴”

 

(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 심볼마크./아시아뉴스통신DB

정부조직법이 난항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로 결정되자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원안위 지위를 둘러싼 원전안전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오후 2시 국회는 본회의를 속개하고 정부조직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찬성 188표, 반대11표, 기권 13표로 통과시켰다. 법률개정안이 상정된 지 52일만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독립성과 지위를 놓고 논란을 겪어오던 원안위는 지난 1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가 의결한 원안대로 국무총리실 산하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최종 결정됐다.

국회 교과위는 지난 19일 “원안위는 대통령 직속의 중앙행정기관에서 국무총리 소속 기관으로 변경하고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전체 위원은 위원장과 국회가 절반씩 추천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한바 있다.

당시 국회 교과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원안위 지위’를 둘러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듯 원안위 관련 개정법률안을 의결하면서 “원안위가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독립성을 유지하게 됐다”는 입장을 강조했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이 통과하자 원전 소재 지자체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원전 안전정책이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으로 후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원전 소재지자체 원안위 위원참여 요구 “묵살”

형식은 독립성을 유지한 듯 하지만 원안위 위원장의 지위도 차관급으로 격하된 데다가 원자력진흥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예속됨에 따라 사실상 원전안전규제의 독립성은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시민사회의 반응이다.

무늬만 독립이고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원전소재 지자체 주민들은 ‘원전 소재 지자체 주민 대표의 원안위 위원 참여’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법률은 위원장 포함 위원 9명 중 4명은 위원장이, 4명은 국회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토록했으며, 위원의 자격으로 ‘원자력ㆍ환경ㆍ보건의료ㆍ과학기술ㆍ공공안전ㆍ법률ㆍ인문사회 등 원자력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관련 분야 인사’로 명시해 사실상 원전이 소재한 지자체의 참여는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원전소재 전국 5개 지자체장으로 구성된 행정협의체는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소재 지자체 주민대표의 원안위 위원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핵에너지 규제와 안전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결국 후퇴하고 만 정부조직개편안’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핵규제와 진흥, R&D를 둘러싼 정부조직개편 결정은 총체적으로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번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로 원안위가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로 결정됨에 따라 원전 운영을 책임지는 통산부와 원자력 연구·개발 등 진흥정책을 맡는 미래창조과학부 등 거대 부처와 특히 원자력진흥정책 관련 의결기구인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 사이에서 원안위가 과연 독립성을 지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에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현재 국무총리가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번 결정으로 결국 국무총리가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다루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높이지자 정부가 핵에너지 정책의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야 한다는 IAEA의 권고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설한 원안위가 안착도 되기 전에 다시 독립성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시민단체 “박근혜정부 원전정책 일관성 없어”

에너지정의행동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 후 보여 준 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정부조직개편안 논의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핵 안전규제와 진흥, R&D에 대해 일관된 정책 철학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일관된 정책 부재의 근거로 “대통령 인수위가 당초 원안위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배치하는 안을 만들었다가 이것이 쟁점으로 부각되자 원자력진흥위원회와 R&D 기능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갈팡지팡했던” 점을 들었다.

이와함께 에너지정의행동은 “현재 우리나라의 핵에너지 관련 R&D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로 나누어져 별도로 진행돼왔다”며 “부처별로 나눠 추진되고 있는 관련 R&D를 통폐합하고 규제와 진흥을 명확히 구분해야한다는 지적이 매년 반복됐으나, 결국 이를 반영하기 보다는 기존 진흥 시스템은 강화한 채 규제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박근혜 정부가 ‘탈핵을 바라는 국민’들과도 폭넓은 소통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올해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등 각종 계획을 확정짓고, 사용후핵연료 문제 공론화위원회 출범, 월성·고리 1호기 등 노후 핵발전소 스트레스 테스트 등 많은 핵에너지 관련 현안이 맞물려 있는 해”라고 지적하고 “이제라도 박근혜 정부가 정책적 혼란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열망을 반영,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