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반성 없는 원전당국’ 대국민 사과는 쇼였나? 한수원, 원전직원 필로폰 투약 책임물어 직위해제했던 관련 간부 전원 원직복귀

‘반성 없는 원전당국’ 대국민 사과는 쇼였나? 한수원, 원전직원 필로폰 투약 책임물어 직위해제했던 관련 간부 전원 원직복귀

 

[부산CBS 박중석 기자]

잇단 사건사고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 고리원전과 관련한 원전당국의 이중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징계성 직위해제를 받았던 간부들을 슬그머니 제자리에 앉히는가 하면, 폐쇄여론이 들끓고 있는 고리 1호기를 두고 추가 수명연장 의혹까지 자초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원전 소속 재난안전팀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충격을 안겨줬던 고리원자력발전소.

정전사고 은폐와 중고부품 납품비리 등에 이은 필로폰 투약 사건에 비난여론은 들끓었고,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균섭)은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송재철 경영관리본부장은 부산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들릴 말씀이 없다.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다”며 “한수원 경영진을 대표해 불미스런 일에 대해 거듭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한수원은 지휘책임을 물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고리원전 본부장과 경영지원처장, 재난안전팀장, 재난안전차장 등 관련 간부 전원을 직위해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불과 3개월만인 지난 1월 2일 직위해제 됐던 이 모 본부장 등 간부 전원이 원래의 자리로 복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수원이 비록 공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징계성 직위해제 이후에는 원직복귀를 사실상 차단하는 공무원 조직과 비교할 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수원 측은 해당 간부들이 3개월 동안 충분히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관리자들이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반성을 했다고 판단하고 원직복귀를 시켰다”며 “새해를 맞아 새마음으로 원전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책임을 물어 관련 간부 전원 직위해제라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던 대국민 사과는 결국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쇼에 그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전사고 은폐 등으로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고리원전 1호기의 대량 부품교체 역시 한수원의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수원은 다음달 12일부터 실시하는 고리 1호기에 대한 계획예방정비에서 원자로 헤드와 디젤발전기 등 무려 천 7백억 원 상당의 부품을 교체할 계획이다.

가동 수명이 불과 4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부품교체에 대해 반핵단체들은 또 다시 수명 연장을 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부산 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불과 4년밖에 남아 있지 않은 고리1호기에 2천억 원 가까운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추가 수명연장을 위한 준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새 정부가 약속했던 스트레스 테스트 등 고강도 안전점검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지난 2007년 고리 1호기의 계속가동 결정 당시 계획됐던 부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정부의 안전조치에 따른 부품 교체일 뿐”이라며 “2차 수명연장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jspark@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