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위원회 최종보고서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위원회 최종보고서(2013. 3. 11.) 요약

 

KNS 후쿠시마위원회-최종보고서-20130313

 

사고의 특징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이로 인한 초대형 쓰나미는 2만 명 가까운 사망․실종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방출되는 대형 사고를 유발하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로의 정지는 잘 이루어졌으나 정지 후에도 계속 발생하는 붕괴열의 제거에 실패하여 노심(핵연료)이 용융된 사고로서,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특징을 갖는다.

 

 

①후쿠시마 사고는 극한 복합 자연재해가 유발한 최초의 원전 중대사고이다. 1979년의 쓰리마일아일랜드(TMI) 사고나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는 달리 외부 사건(극한 자연재해)과 설비 내부 문제 및 인적 인자가 모두 결합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모든 교류전원, 대부분의 직류전원과 최종 열제거 기능이 상실되었다.

 

 

②다수 호기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하여 장기간 지속되었다. 같은 부지의 원자로 3기에서 각각 노심 용융이 대량으로 진행하였고, 원자로용기와 격납용기도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개 호기의 원자로건물이 수소가스 폭발로 크게 손상되었고, 사고가 수 개월간 지속되었으며, 사용후연료저장조의 안전 문제도 가시화되었다.

 

 

③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방출되어 대기․토양․해양을 광범위하게 오염시켰다. 체르노빌 사고의 20% 수준의 방사성물질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상 대피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직접적인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각한 토양 및 해양 오염과 많은 수의 이재민 발생으로 국가․사회적 위기가 유발되었다.

 

 

 

사고의 근본 원인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원전의 설계․건설․운영 과정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빈발하는 일본 고유의 자연 환경 특성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한 데 있다. 심지어 건설 당시 적용된 지진 및 쓰나미 설계기준이 한국 원전에 대한 것들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었다. 원전 건설 후 일본 사회에서 대형 지진이 핵심적인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면서 내진 성능 평가와 보강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설계기준을 크게 강화하였다.

 

 

그러나 쓰나미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았고, 1990년대 이후 얻어진 새로운 연구 성과의 반영에도 소극적이어서 본격적인 보강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현실적인 쓰나미 조건을 고려하였다면 핵심 안전설비들의 위치를 변경하거나 침수에 대비한 설계를 보강함으로써 대응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아울러 안전에 중요한 의사 결정들이 최상의 지식에 근거하지 않고 안전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자만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

 

 

원전 건설 이후에도 세계 각국의 원전에서 얻어진 사고 및 운전 경험과 중요한 연구 성과들을 성실하게 반영하지 않으면서,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계속 강화시켜 온 것이다. 최신 또는 최상의 지식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배경으로 산업체(전력회사, 원전 공급업체)와 규제기관이 일본 내의 관련 연구계 및 학계로부터 의도적으로 고립되었던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상용 가압경수로 및 비등경수로 기술을 완성된 기술로 간주하고 학계와 연구계 전문가들의 지식과 지혜를 잘 활용하지 않았다.

 

 

한편,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이 원자력 발전 산업을 담당하고, 그 산하의 원자력 안전․보안원(NISA)이 규제를 담당하는 체제였으므로, 보이지 않는 유착문화가 형성되어 엄격한 안전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부터 원자력 산업계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안전문화가 정착하지 못했음을 과거의 여러 사건들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고 악화된 기술적인 배경으로는 초대형 쓰나미에 대한 무방비, 중대사고 대책의 미흡,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악화된 작업 환경, 사고 진행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대응, 원자로 내부 상태에 대한 정보 부족, 다수 호기에서의 동시 중대사고 전개 등 다양한 요인을 들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쓰나미 후의 운전원들의 대응에도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안전에 대한 무지, 과신, 자만, 태만의 결과로 사전 대비가 크게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사고의 교훈 및 안전성 향상 방향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①안전 철학 및 확보체계, ②중대사고 예방을 위한 설계 안전성, ③중대사고 대처 능력, ④비상대응(방재) 체계, ⑤원자력 안전 기반 등 5개 분야에서 총 22개 항목의 교훈을 도출하였다. 이들은 본문의 <표5.1>에 요약․정리하고, 5장 2절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도출된 교훈을 바탕으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 방향을 다음과 같이 도출하였다.

 

 

①후쿠시마 사고 후 발표된 안전성 개선대책을 포함하여 가동원전의 안전성 향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②2011년 10월 새롭게 출범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안전규제의 독립성․전문성․효과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③국제기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독자성을 갖는 안전 철학․목표․원칙․기준을 발전시켜야 한다.

④원전 안전과 관련하여 운영기관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⑤후쿠시마 사고의 교훈과 최근의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여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신형 원전 개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⑥원자력 안전 연구를 강화하고 최상의 지식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⑦원자력 안전 문화가 모든 기관과 종사자에게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⑧원전 개발 및 운영에 있어서 리스크 정보의 활용이 확대되어야 한다.

⑨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TMI 사고 후속조치를 통해 원전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듯이,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충실하게 반영함으로써 새롭게 건설되는 원전은 물론 이미 가동 중인 원전들까지 포함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