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전력수급계획, 원전 8기 수명연장 간주해 '논란'>(종합)

<전력수급계획, 원전 8기 수명연장 간주해 ‘논란’>(종합)

 

 

고리원전1호기 (자료사진)

결정 유보 신규원전 4기도 건설 전제로 정책수립

지경부 “최소한의 결정, 연장은 나중에 따로 판단”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정부가 22일 확정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수립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로 돼 있는 6차 전력수급계획 기간에 원전 7기의 수명이 추가로 종료된다.

만료 시점은 고리 2호기는 2023년, 고리 3호기 2024년, 고리 4호기·영광 1호기 2025년, 울진 1호기 2016년, 울진 2호기 2027년이다.

2007년에 설계수명이 끝났다가 계속 운전이 승인된 고리 1호기는 2017년에 만료한다.

월성 1호기는 작년 11월에 수명이 만료해 운행 중단 상태이며 계속 운전 허가 여부가 심사 중이다.

그런데도 지경부는 2027년까지 수명이 만료하는 원전 7기와 월성 1호기가 모두 가동 중인 상태를 가정하고 추가로 필요한 발전 설비 용량을 산출했다.

여기에 맞춰 필요한 화력발전 설비 수요를 계산해 18기를 계획에 반영했다.

수명이 다 됐을 때 이들 원전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불투명한데도 계속 운영하는 상태를 전제로 정책을 세운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원전 가운데 일부라도 수명 연장이 안 된다면 전력수급계획의 대폭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이 새로 짓겠다고 신청한 원전 4기(600만㎾)를 계획에 반영할지의 판단을 보류했지만 역시 반영한 상태를 전제했다.

처리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12기의 원전이 모두 가동한다고 봤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매우 큰 계획이다.

이들의 설비용량 합계는 약 1천276만㎾(수명연장 667만㎾, 신규 600만㎾)로 현재 운영 중인 최신 원전 13기와 맞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경부는 “화력발전소가 더 필요하면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의 의향을 계획에 반영한다”는 간략한 대응책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전 승인과 수명 연장을 의도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신규 원전의 승인, 수명연장을 전제로 정책이 추진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좁아지고 결국 그대로 진행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강원도 삼척 대진원전과 영덕 천지원전 예정 지역의 토지 보상을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곳에 한수원이 설치하려는 설비는 지경부가 판단을 보류한 상태다.

한수원이 움직임에 대한 판단은 별개로 하더라도 지경부의 태도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전의 안전성, 특히 수명 연장을 두고 국민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자초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원전에 관해 결정한 사실이 없고, 수명 연장은 별도 판단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연장 여부는 수명이 만료될 때 하는 것인데 이들 원전을 가동하지 않는다고 보면 그만큼 화력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며 “과거에도 일단 가동을 전제로 수급계획을 세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꼭 지어야 하는 것만 결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