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영광원전 3호기 대형사고 날 뻔 제어봉 안내관에 균열… 최장 3개월 가동 중단

영광원전 3호기 대형사고 날 뻔 제어봉 안내관에 균열… 최장 3개월 가동 중단

[한국일보] 2012.11.10.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위조부품 사용 및 제어봉 안내관 균열 등으로 가동이 중단된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정비 중이던 영광 원자력발전소 3호기(100만㎾급)의 제어봉 안내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균열 수리를 위해선 최장 3개월까지 가동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위조부품사건으로 영광 5ㆍ6호기가 멈춰 섰고, 11월 20일 이후엔 월성 1호기도 설계수명종료로 가동중단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영광 3호기까지 정지기간이 길어진다면 대규모 전력공급의 공백이 발생, 올 겨울 블랙아웃(대정전)이 우려되고 있다.

 

 

9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계획예방 정비 중이던 영광 3호기의 원자로에 제어봉 안내관(관통관) 6개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견됐다. 제어봉 안내관은 원자로의 노심(爐心)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핵분열 정도를 조절하는 제어봉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파이프 형태의 배관이다.

 

 

한수원 측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진행되는 계획예방 정비작업 중 원자로 상단에 붙어있는 안내관에 대한 초음파검사를 실시한 결과 부분균열이 발견됐다”며 “구멍이나 틈이 생긴 게 아니어서 안전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내관 균열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로, 자칫 이번에 발견하지 못한 채 원전 가동 중에 균열이 커졌다면 대형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균열로 인해 영광 원전 3호기의 가동중단이 길어짐에 따라 올 겨울 전력수급에는 더욱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2월 예비전력을 230만㎾ 정도로 예상했지만, ▦위조부품교체에 들어간 영광원전 5ㆍ6호기의 정상가동이 지연되고 ▦영광 3호기의 균열보수작업도 늦어진다면 자칫 예비전력이 바닥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균열에 대한 한수원의 늑장보고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제어봉 출력 조절 못해 노심 녹는 최악상황 생길 뻔했는데…

정부, 4일 한수원 보고받고도 침묵… 은폐 논란

 

 

 

영광 원전 3호기의 제어봉 안내관에서 발견된 균열은 안전에 정말로 문제가 없는 걸까.

 

제어봉의 통로역할을 하는 안내관은 철, 크롬, 니켈 구성합금인 ‘인코넬-600′으로 만들어진 원통형 관. 외부 직경은 12.1㎝, 두께는 2.6㎝이며 길이는 1.2m이다. 총 84개의 안내관이 있는데 이 중 6개에서 미세 균열이 발견됐다. 가장 큰 균열은 깊이 1.18㎝, 길이 5.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균열 원인으로 원자로 핵연료인 우라늄의 핵분열로 뜨거워진 노심을 냉각하는 냉각수의 보론산(붕산)을 지목하고 있다. 보론은 중성자를 흡수해 핵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냉각수에 섞여있는 붕산이 제어봉을 따라 원자로 상단의 안내관을 부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광 3호기보다 먼저 지어진 노후원전에서도 이런 균열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안내관 균열은 여러 차례 발생했고 용접 등으로 처리했다”고 말했지만,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한번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원전당국은 그럼에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유국희 안전정책국장은 “틈이 생긴 게 아니라 미세한 균열이 난 것이어서 방사능 누출 등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깨지거나 해서 틈이 벌어진 게 아니라 일종의 실금이 간 것으로 안다”면서 “용접을 하고 그래도 안되면 교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어봉 안내관은 노심(爐心)과 연결된 부분으로, 만약 틈이라도 생겼으면 원자로 내 방사능에 오염된 1차 냉각수가 유출될 수 있다. 만약 안내관 균열이 이번에 발견되지 않고 그대로 운영됐더라면 제어봉 출력 조절이 불가능해져 노심이 녹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균열사실 공개과정에서도 은폐논란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균열 발견 다음날인 4일 규제기관에 관련사실을 보고했다. 한수원은 그러나 영광 5ㆍ6호기의 가동중단방침을 발표했던 5일 기자회견에서 영광 3호기의 균열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다가, 국회 문제제기 등이 잇따르자 9일에서야 공개했다. 한수원측은 “규정상 보고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공개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규정 여부를 떠나 동절기 전력수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엎친데 덮친 전력대란… 최악땐 370만㎾ 공백

 

 

 

제어봉 안내관에 균열이 발견된 영광 원전 3호기는 100만㎾급 대형 발전소다. 원래는 정기 계획예방정비가 끝나는 이달 23일 이후 정상가동에 들어가야 하지만, 예기치 않는 제어봉 안내관 균열발견으로 용접 교체 등 수리를 하려면 적게는 한 달, 길게는 3개월 가량 원전을 세워둘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올 겨울 전력 공급에 추가적인 차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영광 3호기까지 장기간 가동이 중단되면, 국내 원전은 총 4곳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우선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짝퉁 부품’이 무려 10년간이나 대량 공급된 사실이 드러난 영광 5ㆍ6호기는 지난 5일부터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30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 1호기도 20일 이후엔 수명연장결론이 나올 때까지 멈춰 서야 한다. 여기에 영광 3호기까지 정지기간이 길어진다면 ▦영광 3ㆍ5ㆍ6호기가 각 100만㎾씩 300만㎾ ▦월성 1호기 67만9,000㎾ 등 총 370만㎾의 전력공급 공백이 생기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철 전력수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단 몇 만㎾의 전력공급이 아쉬운 마당에 이 엄청난 공급차질이 발생하게 되면서 블랙아웃(대정전) 우려는 점점 더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현재 전력당국이 예측한 내년 1~2월 전력공급 능력은 8,152만㎾이고 최대전력 수요는 7,913만㎾이다. 예비전력은 230만㎾대 수준. 하지만 영광 3ㆍ5ㆍ6호기의 가동중단만으로도 300만㎾의 공급부족이 생기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예비전력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다. 즉 연말까지 3개 대형원전의 정상가동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정전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현재로선 전력소비를 바짝 조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특히 예상치 못한 영광 3호기 균열이 불거지면서, 이달 중순부터 시행키로 한 동절기 비상전력수급 대책을 더 강하게 다시 짜야 할 형편이다.

 

 

이와 관련,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산업용은 절전 목표를 강제로 부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사실상 기업들에 대해선 강제절전을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밖에 ▦터키에서 발전선(선박에 탑재된 발전기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장비)을 임차하는 방법 ▦포스코에너지, SK E&S, STX에너지, GS EPS 등 민간 발전사의 전력생산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비용부담도 커 선뜻 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작년처럼 실내 난방온도를 낮추는 등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하고 한파가 없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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