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원전사태 겪은 강아지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보여

원전사태 겪은 강아지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보여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2.10.12 17:05:02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과 원전 사고 후 유기된 개들이 사람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일본 아자부(麻布)대학 연구진은 후쿠시마현에서 사고 후 구조된 유기견들과 사고 전인 2009~2010년에 버려진 개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사고를 겪은 개들의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단순 유기된 개나 떠돌이 개에 비해 5~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원전 사고 이후 수많은 이재민은 키우던 개를 버릴 수밖에 없었고 현재 많은 개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에서 반 떠돌이 상태로 지내고 있다.

 

연구진은 재난 지역과 먼 일본 남서부 가나가와현의 유기견 보호소에 살고 있는 집개 8마리를 데려와 이들의 소변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를 측정했다.

 

 

또 지난해 5월과 11월 후쿠시마의 보호센터에서 17마리의 유기견을 데려와 재활 치료를 하면서 매일 코티솔 수치를 측정했다.

 

 

조사결과 재난 지역의 개들은 재난과 무관한 지역의 개들에 비해 5~10배에 달하는 코티솔 수치를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가 줄어들긴 했지만 10주 동안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고도 차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후쿠시마의 개들은 또 가나가와의 개들에 비해 낯선 사람에게 덜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돌보는 사람에게도 친밀감을 덜 느껴 훈련시키기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개들이 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충격적인 경험에서 살아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학습에 곤란을 겪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개나 사람이나 뇌에서 같은 화학물질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대상 개들의 개체수가 적고 후쿠시마 개들의 평균 연령이 대조군에 비해 높다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버려지는데 대한 반응에 나이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당시 재난이 개들의 스트레스에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설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