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원전 고령화로 ‘계속운전 시장’ 꿈틀-2030년 전체 원전의 70% 설계수명 끝나

[기획특집] 원전 고령화로 ‘계속운전 시장’ 꿈틀

2030년 전체 원전의 70% 설계수명 끝나

500조원 규모 새 시장 놓고 관심 고조

[이투뉴스]

[254호] 2012년 10월 01일 (월) 10:02:54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원전 고령화로 계속운전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계속운전 여부가 결정되는 월성 1호기가 소재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수명은 통상 30~40년이다. 이 기간 원전은 정비·고장 시를 제외하고 100% 가까운 가동률을 유지하며 쉼없이 막대한 양의 전력을 생산한다. 원전의 숙명이다.

그렇게 수명을 채운 원전의 운명은 두 갈래로 갈린다. 그대로 문을 닫고 해체되거나(폐로.廢爐), 안전성 평가를 통과해 계속운전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원전의 수명을 늘리는 이 계속운전 시장이 신규 원전건설 못지않은 유망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전 세계 435기 원전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68기가 이미 계속운전에 들어간 상태다.

정책결정이나 규제기관 승인을 받아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예비 계속운전’ 원전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전체 원전의 약 35%(151기)로 늘어난다.

원자력계는 향후 20년 이내에 전체 원전의 70%에 달하는 약 300여기의 원전이 설계수명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 약 5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계속운전 시장의 현황을 정리해 봤다.

전 세계 원전의 15% 이미 ‘계속운전 中’

원전은 건설될 당시부터 자체 설계수명을 부여받는다. 설계수명은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정의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신차 구입 후 최초 정기검사까지의 기간에 해당한다.

설계수명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개 30년이나 40년으로 책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월성 1~4호기와 고리 1호기 등 중수로가 30년이며, 표준형 원전 등 나머지 경수로가 40년이다.

다만 아랍에미레이트 수출 모델이자 신울진 1,2호기에 투입되는 APR1400은 신기술을 인정해 전 세계에서 가장 긴 60년의 설계수명을 부여했다.

계속운전은 이렇게 정해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가동원전의 안전성 등을 평가해 기준에 부합할 경우 일정기간 원전가동을 연장해 주는 것을 말한다.

연장기간은 캐나다가 2~5년, 미국 20년, 러시아 25년 등이며 우리나라는 10년 단위로 이뤄진다.

 

계속운전은 원자력 시장의 새로운 조류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원전 선진국은 물론 영국, 러시아, 인도, 스위스 등도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안전성 등을 심도있게 평가해 계속운전을 적극 승인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2008년 1월 10년 단위의 계속운전에 돌입한 고리 1호기가 최초의 수명연장 원전이다.

오는 12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 1호기도 계속운전과 폐로의 기로에서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월성 1호기는 2009년 12월 정부 측에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위원회와 원잔력안전기술원 등은 해당원전이 원자력법 시행령 등에 제시된 ‘안전기준을 만족할 경우’에 해당하는지 심사를 벌이고 있고, 연내 승인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월성 1호기도 연내 승인여부 결정…전 세계 수명연장 ‘붐’

 

계속운전은 신규원전 건설과 동시에 기존 원전 운영국을 중심으로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104기의 원전을 가동중인 미국은 2000년 원전 2기의 20년 계속운전을 승인한 이래 현재까지 전체 원전의 70%가 넘는 73기의 계속운전을 승인하고 15기에 대해 심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원자력연구소(NEI)는 자국 원전의 계속운전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2032년 25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원부국인 러시아도 계속운전에 대해 우호적이다. 총 3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미 17기의 원전에 대해 계속운전을 허용했다.

최근 설비개선 이후 30년간 수명을 늘린 노보보로네츠 원전 5호기를 비롯해 커크스 1,2호기, 콜라 1,2호기, 레닌그라드 1~4호기 등도 15년씩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이밖에 중수로 원전 종주국인 캐나다는 피커링 1, 4호기와 브루스 3,4호 등 4기의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을 승인했고, 인도와 스페인도 대규모 설비개선을 통해 계속운전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이다.

물론 정책적 결정에 따라 이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 나라도 있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체 17기의 원전 가운데 노후 원전 8기를 세웠고, 오는 2022년까지 나머지 원전 9기의 가동도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계속운전이 아니라 점짐적 폐로를 선택했다.

또 후쿠시마 사고로 충격을 받은 일본은 원전수명을 최장 40년으로 엄격하게 제한해 계속운전의 여지를 없애고 더 이상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아 2050년까지 ‘원전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美 전체 원전 70% 계속운전 승인 vs 獨·日은 ‘원전제로行’

각국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계속운전에 적극적인 이유는 거스를 수 없는 원전 고령화 때문이다.

IAEA 통계에 의하면 올해 현재 30년 이상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전체 원전의 37%인 162기에 달하며 40년 이상 경과된 원전도 26기(5.9%)에 이른다.

이미 계속운전 승인이 떨어진 원전이 67기이며, 현재 심사중인 원전도 17기나 된다. 이런 고령화는 신규 원전건설이 다소 주춤해진 최근 추세에 비춰 볼 때 좀 더 가속화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속에 계속운전은 신규원전 건설 비용의 5분의 1 정도만 투자해 새 원전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력적 수단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신규 원전 건설은 부지확보가 어렵고 당장 건설에 나선다해도 완공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전 세계 계속운전 붐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