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탈핵상상9> 피라미드처럼 피해가 확산되는 시스템 – 위기관리에 허약한 핵발전

▲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1979년 3월 28일 핵발전소 2호기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미국에서는 핵발전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일어왔다. [출처: http://ma.mbe.doe.gov/me70/history/photos.htm]

 

 

 

지구 온난화 탓으로 기후 불안정이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이 있었다고 하고 지난 겨울 유럽에는 또 유례없는 혹한이 오기도 하였습니다.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올해 한국은 긴긴 가뭄과 무더위 그리고 연이어 날라온 태풍까지 기후 위기는 이제 피부로 실감할 만큼 심각한 것이 되었습니다. 심각한 것은 앞으로 이런 기후 불안정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추울 때는 더욱 혹독하게 춥고, 더울 때는 더욱 혹독하게 더워진다는 것이지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하는 것이 지금 시대의 의무이자 책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후 변화의 소식들 속에 간간이 그와는 다른 소식들이 신경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 소식은 많이 거슬리고 두려운 느낌을 유발하는데, 핵발전소의 소식들이 그것입니다. 지난 겨울에는 혹한으로 인한 전력 사용 증가로 블랙아웃이 걱정된다는 소식도 있었고 이번 여름 폭염으로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홍수로 늘어난 물 때문에 핵발전소가 멈추었다는 소식도 있고 가뭄으로 멈추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허리케인이나 태풍 때문에 핵발전소가 멈추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핵발전이면 온난화도 해결되고 모든 것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우 덥거나 매우 춥거나 하는 이 기후 불안정한 상태에 핵발전은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력하기만 할까요?

 

우선 핵발전은 24시간 정격전압으로 밤이나 낮이나 항상 똑같은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추위와 더위로 전력소비가 피크를 이룬다고 해도, 출력을 더 늘릴 수가 없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전력을 남기게 되고 위기 시에는 전력이 모자라게 하니 당연히 효율이 떨어지는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핵발전의 이용은 기저용으로, 바탕을 깔아주는 용도로만 사용하게 됩니다. 전력소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때의 용도, 어려운 말로 첨두부하라고 하던가요? 거기에는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으니까 사실 큰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한수원에서 여름 전력난을 핑계로 핵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거짓말이 매우 많이 포함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보듯 온난화가 심하면 냉각수가 너무 뜨거워져 사용하지 못합니다. 강물이 뜨거워서 가만히 있어도 그 안의 생명이 헐떡거리는데 거기에다가 매초 170톤의 물을 7~10도 가까이 데워서 내보낸다면 살아있을 생명이 어디 있을까요? 게다가 더위로 인해 가뭄이 온다면 당장 냉각수 공급이 달려서 핵발전소 가동을 못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바닷물을 쓴다고 하지만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문제 삼지 않지만, 실제 어민들의 피해는 매우 크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바다도 더워지면 적조현상이 심하게 발생하곤 합니다.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 적조현상은 수온의 상승과 그로 인한 유해조류의 번식 때문인데요, 적조가 발생하면 바닷속의 많은 생물이 숨이 막혀 헐떡거리다 죽게 됩니다.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는 불난 집에 기름 붓듯이 이런 적조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핵발전은 전력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으로 분산되기보다는 집중화되고 중앙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멀리 원거리까지 보내는 전력 전달시스템이 바탕을 이루게 됩니다. 이런 시스템은 태풍같이 큰바람이 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핵발전소 자체에 문제도 문제지만, 생산된 전기를 전달하기 위해 산꼭대기마다 건설한 송전탑과 지역마다 만들어 놓은 변전소 등 전달체계 어느 한 곳에 피해가 와도 그 아래쪽으로 피라미드가 퍼지듯 피해가 확산되는 것이 중앙화된 시스템의 특징입니다. 중앙화되고 집중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대로, 핵발전은 이상하게도 위기일수록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 기후뿐일까요? 테러와 전쟁 등 정치적인 불안정 상태 또한 매우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같이 분단 상태이자 휴전 상태에 처한 나라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분단의 위기는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서 보듯, 이 핵발전은 전쟁의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전쟁이나 다른 위기 상황에 크나큰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면전이 아니라도 산속 사람 없는 곳에 송전탑 하나 쓰러뜨리게 된다면 국가적으로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핵발전에 의존도를 높일수록 이런 위험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다시금 강조하자면 ‘핵발전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라는 것이고 그 위기가 기후 불안정으로 인한 위기이든 한반도와 같이 지정학적인 갈등을 겪는 것 때문인 위기이든 그런 위기에 핵발전은 오히려 제 발 잡는 커다란 약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핵발전을 줄이는 것이 이런 잠재적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것임에도 지금 대한민국의 흐름은 오히려 불구덩이에 기름을 뒤집어쓰고 들어가는 형국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