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후쿠시마 이후 세상을 고민한 ‘탈원전 토론회’스케치 한국 사회, 탈원전 계획 세울 수 있을까?

후쿠시마 이후 세상을 고민한 ‘탈원전 토론회’

[스케치] 한국 사회, 탈원전 계획 세울 수 있을까?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 입력 2013.11.27 13:07:39

 

26일 화요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한국 사회의 탈원전, 불가능한 얘기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 우원식 의원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이었다. 발표자로는 김익중 경주 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 및 동국대 의대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이정필 에너지기후 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김익중 경주 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은 핵사고의 확률을 추정하는데 핵발전소 개수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대표적인 대형 핵발전소 사고의 사례로 우리는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사고가 일어난 나라들은 미국, 구소련, 일본이다. 전세계 447개의 핵발전소 중에서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4개를 가지고 있고 구소련은 러시아 32개를 포함해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66개의 발전소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 역시 프랑스(58개)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54개의 발전소를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핵발전소를 가진 나라는 23개의 한국이라는 사실이다.

▲ 26일 화요일 오후 2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한국 사회의 탈원전, 불가능한 얘기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발표에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미디어스

김익중 연구위원장은 전세계 447개 핵발전소 중에서 6개 핵발전소에서 대형사고가 난 현실을 생각해 보건대,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한수원이 주장하는 ’백만분의 일’이 아니라 1.34%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김익중 연구위원장은 한국 사회가 시급히 탈원전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제2차에너지기본계획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에너지 문제는 더 이상 공급 차원이 아니라 수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에너지 수요 증가를 당연시하고 이에 맞춰 공급방안을 고민하는 방식을 떠나, “기후변화의 심화, 고유가 위기, 원전의 위험성과 비경제성, 에너지 공급설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하여 달성해야 할 1인당 에너지 수요, 1인당 전력 소비량, 에너지 집약도 등을 목표로 하여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윤순진 교수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이용 효율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과학기술의 발달도 공급 관리가 아니라 수요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기업의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할 이유를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이정필 에너지기후 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치사회 시나리오를 수립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였다.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은 지속적으로 탈원전에 관한 토론회를 열 것을 예고하였다. 하지만 이미 이 토론회 자체가 의원 회관서 열리는 여타 토론회에 비해 일반인들의 참여가 많았다. 그간 원자력발전소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한국 사회도 후쿠시마 사건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인지가 생겼음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 토론회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미디어스

향후 민주당 등 야권 세력은 이러한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한편으로 실천적인 측면에서 원자력 발전소 반대 투쟁이나 밀양 송전탑 투쟁 등에서 시민사회의 활동과의 접점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의 세상’을 위한 정치세력과 운동진영의 합의가 있어야 관과 기업이 광범위한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 에너지정책의 영역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선언적인 주장이 많았지만, 한국 사회의 개혁세력도 적극적으로 탈원전을 논의할 수 있게 된 상황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토론회와 그에 쏠린 관심은 고무적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