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핵발전 축소라더니 실내용은 오히려 핵발전 확대정책 칼럼 “당국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기만”

핵발전 축소라더니 실내용은 오히려 핵발전 확대정책

[칼럼] “당국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기만”

박혜령(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
 
정부는 지난 연초 2년 단위로 수립되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핵발전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으므로 핵발전 설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결정되는 10년간의 장기적인 국가에너지 정책인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의해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0월 13일, 드디어 정부는 2014-2035년까지의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합동워킹그룹의 권고안 내용을 발표했다.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핵발전비중이 41%로 되어 있던 것을 22-29%로 줄이기로 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기반으로, ‘원전비중 축소’라고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허위이다. 놀랍게도 이번에 발표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은 거꾸로 핵발전 확대이다.

에너지수요전망치 없는 핵발전 비중 결정? 전력수요 80% 증가!

언론의 태도로 보아 이번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핵발전비중이 아닌가 한다. 이번 발표문은 초안의 내용 중 핵발전 비중이 기존 41%에서 22~29%로 낮아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발표문 어디에도 전체 에너지수요전망과 전력수요전망에 대한 발표 자료가 없다. 에너지와 전력수요가 얼마일지 모른 상태에서 핵발전 비중을 잡았다는 결론이다.

산업부가 별도로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주목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만들어진 ‘민간워킹그룹’은 수개월동안 논의를 이어 왔다. 그런데 정작 이 그룹에서 수요전망치를 논의하지 않았고, 산업부의 일방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후속 논의가 이루어진 점이다. 한마디로 민간워킹그룹이라는 허수아비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민관워킹그룹의 ‘권고안’으로 둔갑하며, 민의의 수렴이라는 명분을 입히고, 10월 중 확정을 목표로 관련부처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 수요전망치는 최종에너지 수요전망 기준안으로 총 249.4백만TOE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전력 70.2백만TOE(29.1%), 석유 95.5백만TOE(38.3%), 석탄37.9백만TOE (15.2%), 도시가스 35.3백만TOE(14.2%), 열에너지 3.3%(1.3%), 신재생 7.2백만TOE(2.9%)이다.

2011년 전력수요가 39.1백만 TOE(19.0%)였음을 생각할 때 전력수요는 80% 증가하고, 비중은 19.0%에서 28.1%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계산에 의해 나온 에기본 초안이며, 정작 가장 중요한 숫자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추상적인 문구인 41이 22~29로 줄어드는 것만 보여주는 것은 이번 발표의 진정성과 투명성 전문성 민의의 수렴 그 어떤 것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회에 따로 보고한 자료를 통해 2035년의 전기수요가 지금보다 80%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에너지기본계획을 짜고 있다고 보고 했다. 즉 관련부처와 협의 중인 에너지 수요전망치중 전력수요를 전력 70.2백만TOE(비중으로는 29.1%)로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전력수요가 39.1백만 TOE(비중으로는 19.0%)였음을 생각할 때 정부가 제시한 전기수요는 2011년보다 80% 증가한 것이다. 비록 최종안에서는 전력수요를 15% 줄일 것이라고 하나, 지금으로서는 전력수요가 대폭 증대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전기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잡았기 때문에 원전비중이 41%에서 22-29%로 줄어든다고 한들, 원전 숫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현재 가동중인 23개 핵발전소에 지금 건설 중인 5개, 계획중인 6개를 비롯 신규부지까지 35~40까지 핵발전소는 늘어나게 된다. 물론 모든 핵발전소를 수명연장한다는 전제도 포함할 것이다.

경제성장이 둔화되어도 전력수요는 증가, 전력비중 급증

특히 2035년 전력수요전망을 70.2백만TOE로 잡은 것에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민관워킹그룹 권고안이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GDP 성장둔화로 1차 에기본에 비해 최종에너지 소비가 1.4%에서 0.8%로 감소하는 전제조건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력다소비 업종의 증가에 따른 에너지소비 전기化(석유, 석탄사용을 전기로 바꾸는 경향)에 따라 전력소비가 2.2%에서 2.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이다.

1차 에기본 수요전망 기준안 논쟁 당시에도 에너지 수요가 과대 상정되었다는 비판을 생각해 볼 때, 2차 에기본의 에너지 소비 감소는 그간의 비판이 일부 수용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총량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은 이번 2차 에기본 내용이 얼마나 ‘전력생산과 소비’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실제 2009~2012년 철강과 석유화학산업의 설비 증가로 전기소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추세가 향후에도 그대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또한 국가에너지정책의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맞춰 ‘공급’을 맞춰야 한다는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 그간 시민사회진영의 수없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또다시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큰 사회적 갈등을 낳게 될 것이다.

40%에서 22~29%에 숨어있는 진실, 절차상 비민주성

전력수요 증가는 1차 에기본에서 상정한 핵발전 설비비중 41%가 22~29%로 줄어드는 것이 마치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중단하고 줄여가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2012년 현재 핵발전설비 비중은 24.2%이다. 따라서 현재 상태와 동일한 24.2%로 핵발전 설비비중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할지라도 전력수요가 80% 증가하기 때문에 핵발전소 용량은 80% 늘어나야 한다. 교묘하게 국민을 속리는 정부의 숫자놀음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 간단한 계산을 그대로 두고 마치 이 계획이 탈핵사회로 나아가는 것처럼 호들갑인 정부와 언론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게다가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의 회의록과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등 불투명하고 비공개로 일관하는 현재의 논의 체계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에너지기본계획 발표에서도 민관합동워킹그룹은 불투명한 자료배포, 비공개원칙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하면서 정작 초안 내용 중 가장 중요한 에너지수요전망치에 대한 ‘권고안’ 자료는 국회에만 보고하는 등 불투명한 자료공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충분히 공감대를 확보하고 싶다면 그간 진행되었던 모든 자료를 투명하고 공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정부의 2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은 후쿠시마 핵사고와 한수원 비리, 전력대란, 밀양 송전탑 사태, 온실가스 급증과 에너지 다소비 저효율 사회 등 많은 사회적 문제와 비판들이 제대로 반영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계획이 되어야 함을 간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