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일 “원전 오염수 한국과 공동조사 검토”

일 “원전 오염수 한국과 공동조사 검토”

일 원자력규제위원장 밝혀
“국제원자력기구 창구 삼을 것”
‘수산물 수입금지’ 대응인 듯
한국 소비자 공포심 해소는 ‘의문’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가 해양과 수산물에 끼치는 영향을 한국과 공동조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나카 슌이치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장은 7일 참의원 경제산업위원회에 나와 “지난달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한테서 ‘한국 등 관계국들이 참가한 가운데 모니터링 작업을 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국제원자력기구를 창구로 삼아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큰 한국과 동남아시아 각국이 조사에 참여하도록 외무성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국 정부가 지난달 6일 ‘원전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후쿠시마현 등 원전 주변 8개 현의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한 데 대한 2단계 대응으로 읽힌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농림수산성·외무성 등 정부 창구뿐 아니라 어업단체 관계자 등 민간 기구를 통해서도 “한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철회를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한국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자 마침내 ‘공동 조사’라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염수 유출 이전에도 후쿠시마 주변 지역의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에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구체적인 조사 방법과 시기는 국제원자력기구와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공동조사 제안을, 한국 정부가 거절하지는 않을 듯하다. 앞서 지난 1일 이병기 주일대사는 대사관을 방문한 기시 히로시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에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 등을 통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공동조사 결과에 따라 한-일 간에 다시 한번 불편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매주 시행하고 있는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오염수 유출 이후에도 후쿠시마현과 그 외 지방의 대기·해수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변했음을 드러내는 실증적 수치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공동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처 철회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수치와 별개로 오염수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적 공포’가 잦아들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희박하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아직 공동조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 조사단은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후쿠시마 제1원전 외곽 지역의 복구 상황을 조사하고, 11월 하순에는 오염수, 지하수, 원전 해체 문제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그에 따라 공동조사가 이뤄진다면 11월 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