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결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결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정부(외교부)는 2013년 4월 24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결과를 발표하였다. 발표문의 내용에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 등 사용후핵연료의 효과적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확보, 원전 수출 경쟁력 제고 등의 분야에 있어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었다고 되어있다. 또한 시급한 사용후핵연료 문제 대처를 위해 핵주기 공동연구(Joint Fuel Cycle Study)를 포함한 양자 및 다자적 협력 등 다양한 방안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아래와 같은 사항을 감안하여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현행협정을 2년간 잠정 연장키로 하였다.

 

발표문의 내용을 보면 한미원자력 협정의 개정을 통해서 정부가 얻고자 하는 것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 등 핵재처리와 연관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핵재처리는 말 그대로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 목표가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핵재처리를 하기위해서 이 협정을 개정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정부가 핵재처리를 추진하는 명분으로 사용하는 논리들은 다음과 같다.

1. 각 원전의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소가 곧 포화된다.

2.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핵재처리를 해야한다. 핵재처리를 하면 고준위핵폐기물이 줄어든다.

3. 장수명핵물질을 단수명핵물질로 바꾸어 핵폐기물 보관 기간을 줄일 수 있다.

4. 재처리된 핵연료는 원전에서 재활용 할 수 있어서 우라늄 고갈에 대응할 수 있다.

5. 파이로프로건식처리 방식으로 재처리된 플루토늄은 핵확산성이 적다.

 

그러나 이 논리들은 1번 명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과학적이거나 비-현실적이다. 각 원전의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소가 포화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재처리가 아닌 직접처분을 선택하고 있다. 재처리를 선택한 나라들은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지극히 적은 수의 특별한 나라들 뿐인 것이다. 이중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영국과 프랑스의 재처리 공장은 최대고객인 일본을 잃은 탓에 운영상 큰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이다.

 

정부는 핵재처리를 하면 고준위핵폐기물의 양이 줄어든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약 94% 정도가 핵반응성이 없는 우라늄 238이다. 이 우라늄 238은 핵연료 농축과정에서 막대한 양이 발생하지만 쓸데가 없어서 골치아픈 물질이다. 핵연료 농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라늄 238에는 이른바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 이른바 핵분열생성물이 섞여있지 않아서 핵재처리 과정에서 생산되는 우라늄 238보다 훨씬 안전하고 순수하다. 다시 말해서 고준위핵폐기물의 94%를 차지하는 우라늄 238은 핵분열생성물이 오염되어있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 우라늄 238을 재활용하는 예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이 고준위 핵폐기물에 들어있는 “오염된” 우라늄 238을 재활용 가능 하듯이 말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판단된다.

 

핵재처리는 고준위핵폐기물 속에 포함된 약 1%의 플루토늄 이외에는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단 1%의 고준위핵폐기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 재처리를 추진하는 것은 논리에도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이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핵폐기물을 고려하면 재처리 과정은 핵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게 늘리게 될 것이다.

 

정부는 또한 파이로건식처리와 소듐냉각고속로는 핵확산성이 없고, 원전에서 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비-논리적인 주장이다. 핵확산성이 없다는 것은 이 방식으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일차적으로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사용하면 순수한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것이 훨씬 쉬워지기 때문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정부의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파이로건식처리 된 플루토늄은 핵분열생성물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므로 사실상 핵발전소에서 재활용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파이로건식처리를 통하여 뽑아낸 플루토늄은 핵무기용으로도, 핵발전소 용으로도 쓸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소듐냉각고속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연료인데, 이 소듐냉각고속로는 그 위험성으로 유명한 시설이다. 이미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에서 시도하였으나 화재, 폭발 등의 위험성이 잘 알려진 그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자 위험한 핵시설”이라고 평가된다. 선진국들에서 그 위험성이 입증된 바 있는 이 소듐냉각고속로를 시도하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보여진다.

 

우리는 정부의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통하여 핵재처리를 하려는 시도는 남북간의 긴장을 높여 한반도 평화를 해칠 뿐 아니라, 미국이 우려하는 대로 핵확산의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한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핵폐기물은 직접처분을 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하루빨리 탈핵을 이루어 위험한 핵무기와 핵발전소가 없는 안전한 나라가 되어야한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