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전력난 이유, 불안한 원전 재가동해선 안돼 양이원영 |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영광 3호기 제어봉 균열 등 원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문제가 발생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불안한 원전 가동 중단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논하기보다 전력대란을 운운하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아쉽다. 전기가 부족하니 위조 부품을 끼우고서라도 원전 가동을 강행해야 한다는 말인가.

 

전력난은 최대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이지, 원전이 감당할 일이 아니다. 원전은 최저전력소비를 담당한다. 전력소비량은 최대, 평균, 최저전력소비가 다르다. 24시간 중 시간대별로 다르고 날마다 다르다. 전력난은 그중 전력소비가 많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전력난을 우려할 만큼의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하는 날은 1년 중에 며칠이다. 이런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되는 시간에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전기냉난방기 대신 가스냉난방기를 써도 된다.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될 때 소규모 가스발전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형건물에 있는 자가발전설비도 활용할 수 있다. 작년 최대전력소비에서 전기난방 비중이 25%였다. 난방기 온도를 1도만 조정해도 원전 1기 분량을 절감할 수 있다.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되는 그 시간에 잠깐 전력소비를 분산시키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일본 도쿄전력의 사례를 교훈삼자.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은 이미 10년 전에 원자로 균열을 은폐한 것 때문에 문제가 됐다. 2002년 8월30일 도쿄전력은 20여년간 핵발전소 주요 부위의 균열사고를 은폐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알려진 이 사건은 추가 조사를 통해서 29건의 균열 등 은폐 건이 더 발견됐다. 결국 도쿄전력은 회장 등 책임자 5명이 사임하고 도쿄전력 소속 원전 외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예상되는 타 전력회사의 원전까지 17개의 핵발전소가 장기검사를 위해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도쿄전력의 원전 중에서 50%가 가동 중단됐지만 전력공급에는 차질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원전이 필수적인 것인가라는 의구심에 대한 공감대가 이때부터 형성됐다.

 

지금 우리는 전력난을 핑계로 위험한 원전을 가동하거나 안전점검을 미뤄서는 안된다. 전력난을 이유로 안전점검에 소홀하면서 가동을 강행한다면 언제 또다시 원전이 갑자기 중단될지 알 수가 없다. 이 불확실성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수요를 줄이는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대규모 용량의 원전이 갑자기 전력계통망에서 탈락하는 것은 정전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기사용을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원전의 안전조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