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울진 4호기, ‘듣보잡’ 업체 불량제품 사용”

“울진 4호기, ‘듣보잡’ 업체 불량제품 사용”
핵심 설비 전열관 2년 4개월만에 파열사고, 결국 교체 결정
12.11.13 15:52l최종 업데이트 12.11.13 15:52l하승수(haha9601)

현재 가동중지중인 울진4호기의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 전열관(세관)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제품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녹색당과 국회 탈핵에너지전환의원모임은 “울진4호기의 증기발생기 전열관(세관)의 공급자인 미국의 B&W사가 울진4호기 이전에는 단 한번도 해당 제품을 공급한 적이 없는 사업자였다”고 밝혔다. 울진4호기는 이 제품을 장착하여 1999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나, 불과 2년 4개월만에 전열관 파열사고를 일으켰다. 이것은 지금까지 발생한 총 14건의 세계 원전 증기발생기 전열관 파열사고 중 최단기록이다.

울진 4호기 전열관 불량제품 사용 논란

▲ 파열 사고를 일으킨 울진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
ⓒ 녹색당

이러한 사실은 녹색당이 미국 핵규제위원회(NRC)가 공개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2004년 10월 공개 회의록에 따르면, 울진 4호기의 증기발생기 파열사고는 제조결함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증기발생기의 고온관 쪽 세관의 벌지(bulge), 즉 국부적 압력차 등으로 생긴 세관의 안팎 팽창이 문제인데, 이것은 제조상의 결함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핵발전소 증기발생기 세관은 안전성과 16단계가 넘는 복잡한 가공과정, 까다로운 품질관리문제로 일본의 스미토모(Sumitomo), 스웨덴의 샌드빅(Sandvik), 프랑스의 벨리녹스(Valinox) 오직 3개사만이 생산을 해 왔다. 그런데 울진4호기의 경우에는 B&W(Babcock & Wilcox Specialty Products)가 공급을 했는데, 이 회사의 세관을 사용한 핵발전소는 당시 울진4호기가 세계에서 유일했던 셈. 한수원이 왜 이런 회사의 제품을 사용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울진4호기는 지난 1999년 12월 상업가동이후 12년만인 지난 2011년 증기발생기 전체 전열관의 23.4%에서 균열이 발견돼 교체작업에 들어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울진4호기를 한 주기(1년 – 1년반)를 더 가동하려고 했으나, 워낙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특별위원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당시에 운영된 특별위원회의 조사 결과 울진4호기의 전열관 결함이 추가로 발견되어 전체 전열관의 48.0%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원식 의원실이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도 울진4호기의 전열관 결함이 확인된 수량이 7881개로 이는 전년도의 조사결과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증기발생기 세관은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1차 냉각수의 열을 2차냉각수로 전달하는 원전의 핵심설비이고 안전문제에 직결된 부분이다. 그런데도 애초부터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불량제품을 사용했고, 그것이 파열과 대규모 균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Kennth Rogers 전 위원은 국제원자력기구 주최 <원전 노후화> 심포지움에서 “증기발생기 세관의 다중파열사고가 발생할 경우 냉각수상실사고(LOCA)와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울진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 도입과정과 이후의 결함은폐는 원전 안전관리가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녹색당과 국회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울진4호기의 증기발생기 전열관 도입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울진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의 심각한 결함을 알고도 한주기 더 운전을 허가하려 했던 강창순 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