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교수 1052명, 탈핵 선언…”핵발전 역주행 멈춰라”탈핵에너지교수모임 창립 1주년 맞아 발표

교수 1052명, 탈핵 선언…”핵발전 역주행 멈춰라”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창립 1주년 맞아 발표
김덕련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11 오후 4:14:48
“핵발전을 계속한다는 것, 더 나아가 확대한다는 것은 미래세대, 미래의 생명을 죽음과 파멸로 몰아넣는 폭력 행위입니다.” (탈핵 선언문 중)

핵발전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11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탈핵 선언문’을 발표하고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촉구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창립 1주년을 맞아 발표된 탈핵 선언에는 전국의 교수 1052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발생한 “후쿠시마 핵 재앙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1986년)이나 (미국)의 스리마일(1979년) 때보다 훨씬 가공할 재앙”이며 “‘핵안전 신화’의 주역이었던 일본에서 일어난 이 재앙은 과학기술과 합리화된 사회 시스템으로 핵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들의 확신이 오만임을 폭로”했다고 밝혔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제공

치명적인 핵 위험으로 인해 인류는 생존과 절멸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핵발전과 관련해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또한 이들은 핵발전의 위험이 폭발 사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현 세대가 핵발전을 포기하더라도 미래세대는 오랫동안 핵폐기물의 위험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점 때문에 “유럽 각국은 (…) 신규 핵발전소 건설 포기, 기존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등 탈핵 정책 등 탈핵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와 달리 “한국의 정관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의 원전 이권 세력은 (…) 사고가 빈발해 시한폭탄과 같은 노후 원전을 연장 가동할 것을 고집하고 있”으며 “현 집권 세력은 이웃 나라의 핵재앙을 보고도 핵발전소를 확대 건설하겠다는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수들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이 자연과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핵발전의 파멸적 위험을 제거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절약과 재생 가능 에너지에 기초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할 것 ▲에너지 전환 계획을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세우고 실천할 것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저지하고 기존 핵발전소를 조속히, 순차적으로 폐쇄할 것 ▲핵폐기물의 안정적 처리와 보관을 위한 국가 정책을 올바르게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뉴시스

탈핵 선언문

후쿠시마 핵 재앙은 전 세계의 시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전 세계가 피폭될 정도로 많은 방사능과 핵 쓰레기가 누출되었으며 반경 수십 킬로미터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였습니다. 후쿠시마 핵 재앙은 체르노빌(1986)이나 스리마일(1979) 때보다 훨씬 가공할 재앙이었습니다. ‘핵안전 신화’의 주역이었던 일본에서 일어난 이 재앙은 과학기술과 합리화된 사회 시스템으로 핵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들의 확신이 오만임을 폭로해 주었습니다.

치명적인 핵 위험 앞에 인류는 생존과 절멸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위험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는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통제한다”는 모순적인 목표 추구에 있습니다. 핵발전소란, 극단적인 상극의 세계인 생명과 핵연쇄반응 사이를 완벽히 차단하면서 동시에 양자 사이에 연결통로를 내어 에너지를 빼내어야 하는 모순적 요구를 추구하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양자 사이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핵발전의 위험은 폭발사고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형사고 없이 핵발전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핵폐기물의 위험은 미래로 확대되어 갑니다. 현 세대가 핵발전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미래세대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핵폐기물의 위험을 떠안게 됩니다. 핵발전을 계속한다는 것, 더 나아가 확대한다는 것은 미래세대, 미래의 생명을 죽음과 파멸로 몰아넣는 폭력행위입니다.

지금 유럽 각국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상상을 초월하는 핵재앙으로 간주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 포기, 기존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등 탈핵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정ㆍ관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의 원전 이권(利權)세력은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사고가 빈발하여 시한폭탄과 같은 노후 원전을 연장 가동할 것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현 집권세력은 이웃 나라의 핵재앙을 보고도 핵발전소를 확대 건설하겠다는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핵위험에 대해 진정성 있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보수 언론들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타인의 존엄한 인격과 천부적인 권리를 침해하거나 박탈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자연환경과 생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지구는 우리가 미래세대, 미래의 생명으로부터 빌린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의 안락과 탐욕에 눈이 어두워 자연과 환경을 착취하고 파괴를 멈추지 않는다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이 자연과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핵발전의 파멸적 위험을 제거해 가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과 재생가능 에너지에 기초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해야 하고, 국가는 보다 적극적인 에너지전환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과 다른 모든 생명을 담보로 하여 자신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세력을 해체하기 위하여 모든 이들이 연대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단결된 힘은 핵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저지하고 기존의 핵발전소를 조속히 순차적으로 폐쇄하게 함과 동시에, 핵폐기물의 안정적 처리와 보관을 위한 올바른 국가 정책이 수립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시민이 연대하여 인류가 핵의 파멸적 위험에서 해방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교수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1. 우리는 핵발전이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며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인식 위에 탈핵과 에너지 절약,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지식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2. 우리는 탈핵과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을 위하여 정ㆍ관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의 원전 이권세력을 해체하기 위한 학문적ㆍ정치적 실천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3. 우리는 각국의 지식인들과 연대하여 전 세계적 차원의 탈핵 실현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2012년 11월 11일 대한민국 탈핵 선언 교수 일동

 

김덕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