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동향

“일본에선 원전 찬성하면 바보인데 한국은…”후쿠시마원전 사고조사위원 다나카 미쓰히코

[이사람] “일본에선 원전 찬성하면 바보인데 한국은…”

후쿠시마원전 사고조사위원 다나카 미쓰히코

 

[한겨레신문] 기사등록 : 2012-10-11 오후 07:48:35

이승준 기자

다나카 미쓰히코(69)

 

후쿠시마원전 사고조사위원 다나카 미쓰히코

원전 설계하다 탈핵운동가 변신

국회 조사위 참여 8개월간 활동

“도쿄전력·감시부실이 사고합작 ”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전문성을 앞세운 원전회사에 좌지우지당했습니다. 규제기관들이 원전 회사의 포로였던 셈이죠.”

 

 

10일 서울 필운동 환경운동연합에서 만난 다나카 미쓰히코(69) 일본 후쿠시마사고 조사위원회 위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회사인 도쿄전력의 폐쇄성과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사회가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와 녹색당 등이 마련한 세미나 참석을 위해 2006년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다나카 위원은 1968년부터 77년까지 바브코크히타치주식회사에서 원자로 압용기 설계를 담당한 기술자였다. 후쿠시마 4호기의 설계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과학저술가로 활동하던 그는 86년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보고 ‘탈원전’으로 돌아선 뒤 지금까지 탈핵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핵발전소는 왜 위험한가> 등의 책을 통해 꾸준히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그는 일본 국회가 발족한 후쿠시마사고 조사위원회의 위원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사고 전반을 샅샅이 조사했다. 다나카 위원은 “후쿠시마 사고는 쓰나미로 인한 천재”라는 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사위는 “사고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에 이전부터 취약했던 상태”라고 지적했다. “54개 일본 원전의 내진 설계를 재검토해야 하는 문제인데 정부와 도쿄전력은 쓰나미에만 책임을 돌리며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려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원전회사의 ‘꼼수’에 대해 “원전 설비·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이상한 조건들을 추가해 심각한 문제를 안고도 계속 운전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도쿄전력이라는 전문집단이 규제집단을 포로로 삼고 속여온 것이 일본 원자력발전소의 역사”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원전 찬성론자에 대해 ‘바보’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지진과 상관없는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원전은 기계 결함, 직원의 실수 등 가동중 불시 사고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우리 원전은 외국에 비해 고장이 적고 가동률도 높은 편”이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일본에서는 해마다 300건의 크고 작은 원전 고장·사고가 발생하는데, 가동률이 높을수록 사고 가능성이 높고 원전회사의 은폐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며 원전에 대한 사회의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1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후쿠시마 사고 원인에 대해 강연했다. 12~13일에는 강원 삼척과 경북 울진을 찾아 원전 건설 반대운동을 지지할 예정이다.

 

 

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